E

xhibitions

千變萬化 (천변만화)

千變萬化 (천변만화)
작가 엄미금 개인전

‘New Flower Garden’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

엄미금은 끝없이 자신의 틀을 깨고 변화를 모색하는 작가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에서 나는 ‘해의반박(解衣槃礴)’을 떠올렸다. ‘해의반박’은 『장자(莊子)』의 「전자방편(田子方篇)」에 나오는 표현으로, 진정한 화가는 어떠한 형식에도 매이지 않는 완전 자유 상태에서 창작 활동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엄미금은 스스로 구축해 온 기존의 작품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정 장르에 자신을 한정시키고 가두는 것을 거부하는 작가 엄미금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였다. 그것이 바로 ‘New Flower Garden’이다. 늘 변화를 꿈꿔온 그가 이번에는 거울 위에 꽃을 피웠다. 처음에는 꽃이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 꽃 사이로 보이는 거울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보게 된다.

동아시아에서 ‘본다(見)’는 개념은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는 작용과 유사하다. 이는 관찰자가 주체가 되어 대상을 바라보는 1인칭 시점을 취하는 서양의 시점과는 다르다. 『화엄경』에 ‘인드라망’이라는 비유가 나온다. 인드라망은 우주를 덮고 있는 거대한 그물인데, 그 그물코에는 투명한 구슬들이 달려 있다. 이 세상 삼라만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인드라망의 구슬들은 주위에 있는 것들을 비추고 있다. 동아시아의 시야는 그림을 그린 작가나 그림을 보는 감상자가 아닌, 그림의 대상이 되는 사물의 시점을 취한다. 바로 이것이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읽어내기 위한 열쇠이다. 내가 거울 위에 핀 꽃을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더 나아가 나를 비추는 거울과 나를 바라보는 꽃의 관점에서 작품들을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기 성찰의 과정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는 엄미금이 작가로서 어떠한 성찰의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취정 (서울대학교 박물관 객원연구원)

gallery

artists

Um Mi0Keum
엄미금 Um Mi-Keum